신년특집 Ⅰ 민화로 풀어보는 소 이야기

부와 평화를 부르는 소띠 해
“2021년, 소 꿈 많이 꾸세요”
2020년 한 해 우리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그 어떤 해보다 힘들게 보내야만 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대혼란에 빠진 지금, 세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다양한 경기부흥 정책을 내놓으며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2021년 하얀 소의 해를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 소의 상징처럼 다시 풍요가 찾아들고 악재가 사라지길 바라면서, 민화 속에
등장하는 소의 이야기를 전해 본다.

2021년은 천간(天干)의 신(辛)이 금(金)으로 흰색이 되고, 지지(地支)의 축(丑)은 소가 돼 ‘하얀 소의 해’다.
십이지의 두 번째 동물에 해당하는 소는 방향으로 북북동, 시간적으로는 밤 1시부터 3시, 달로는 음력 12월을 지키는 방향신이자 시간신이다. 여기에 소를 배정한 것은 소의 발톱이 두 개로 갈라져서 음(陰)에 해당하는데, 그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서 씨앗이 땅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모양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소는 한국 문화에서 근면과 우직함, 유유자적을 상징한다. 부(富)를 불러오고 화(禍)를 막아주는 힘이 있다고도 믿었다. 그렇기에 꿈 중에서도 소꿈은 조상·자식·재물·부동산 등을 상징하며, 예부터 정월 대보름 전날 밤에 소에게 먹이를 한 번 더 주며 풍년을 기원했다.

소의 그림은 일찍이 고구려 시대 고분벽화에서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안악3호분벽화에서 소는 행렬에서 주인이 탄 달구지를 끌고 가거나 외양간에서 한가로이 여물을 먹는가 하면 덕흥리고분벽화에선 수렵지에서 주인의 옆을 지키기도 한다. 더러는 농사신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소가 우리 민족과 얼마나 가까운 동물이었는지와 소의 성질이 온순한 가운데 힘이 세고 영리함을 상징하는 부분이다.
소는 선비들의 시문이나 그림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조선 시대 들어 등장하는 소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충의를 강조한 면이 돋보인다.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의 의우도(義牛圖)에는 주인의 생명을 구하려고 호랑이와 싸우다 죽은 소가 소개된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실제 경북 구미 인덕리의 ‘의우총(義牛塚)’을 통해 전해져 오기도 한다.
풍속화의 대가였던 단원 김홍도는 ‘경작도’에서 여유로운 일상이 묻어나는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쟁기를 끄는 황소와 농부, 개 그리고 나무 아래에서 정담을 나누는 노인들의 정겨운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행동은 더디지만 묵묵하게 주어진 일을 하는 소의 품성’과 ‘세상에 흔들림 없이 유유자적하는 이들의 한가로움’을 잘 표현했다는 평판을 듣는다. 또 김홍도는 목동귀가(牧童歸家)에서 당시 선비들이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고픈 동경을 소를 통해 부각하기도 했는데, 이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대화가로 꼽히는 장승업은 물론 조선 시대 화가 이경윤·최북 등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농경 사회 중심이었던 한국 문화에는 소를 소재로 한 미술품이 많다.
흔히 ‘소’ 하면 고집, 아둔함, 미련함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소의 겉모습만 대충 보고 지레짐작한 것으로, 우리 민화에 등장하는 소는 부(富)·의(義)·충(忠)·근(勤)뿐만 아니라 유유자적의 대명사였다. 그래서 ‘소같이 벌어서 쥐같이 먹어라’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 등의 속담도 전해진다.
2021년에는 경기도민 모두의 꿈에 부와 평화를 가져다주는 소가 나타나 힘찬 새해를 열어나가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