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트렌드 키워드

소비시장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실버세대
그레이르네상스

그레이르네상스(Greynnaisance)란 노년을 뜻하는 ‘grey’와 전성기를 의미하는 ‘renaissance’가 합쳐진 말이다. 그레이르네상스를 주도하는 노년층은 경제적 부흥기인 1970~1990년대를 통해 부를 축적했고 지금은 은퇴 후 소비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탄탄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연애, 취미, 야외활동과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시니어가 등장하는 CF를 종종 접할 수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의 높아진 구매력을 실감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니어를 모델로 하는 화장품과 패션 광고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일찍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유럽과 일본에선 노년층이 소비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이들의 소비문화는 일반적인 경향이 됐다.
그레이르네상스는 시니어들이 당당하고 활기찬 노년을 즐긴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모든 노년층이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다. 연금에 의존한 채 고된 육체노동을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빈곤한 노년층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레이르네상스는 단순히 부유한 삶을 살아가는 노년층을 일컫는다는 마케팅 개념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똑똑한 디지털세대의 등장
실버서퍼

우리나라는 어느 모로 보나 인터넷 강국이다. 100%에 가까운 인터넷 보급률로 세계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자랑하는 만큼 인터넷 이용률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모든 세대가 골고루 인터넷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실버서퍼’들의 인터넷 이용률 또한 눈에 띈다. ‘실버서퍼’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노년층을 뜻한다.
실버서퍼는 직장을 다니는 동안 초창기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경험하고 은퇴 후에도 스마트폰을 무리 없이 이용하며 즐거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60대 이상의 스마트폰 소유 비율은 90%가 넘었으며 향후 IT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특히 지난해엔 실버서퍼가 급격히 증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0 인터넷 실태 이용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년층의 인터넷 사용률은 전년에 비해 무려 50.5%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이유는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인데, 비대면 방식이 늘어나고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노년층이 인터넷으로 소통창구를 찾게 되면서 이용률이 폭증했다는 것. 실버서퍼들은 SNS나 유튜브·인터넷쇼핑·온라인뱅킹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즐기고 있으며, AI 스피커와 음성인식 서비스 이용률 또한 13%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를 아우르는 트렌드
할매니얼

흔히 ‘할머니’ 하면 낡고 촌스러운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레트로 열풍과 함께 또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탄생했으니, 그것이 바로 ‘할매니얼’이다. 할매니얼은 ‘할매’와 그 복고적 감각을 추종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합쳐진 말이다. 할매니얼 제품의 경우 검은깨와 쑥·인절미·팥 등이 가미된 음식들로 전통적인 할매 입맛을 만족시키는가 하면 삼베나 마 같은 식물성 소재로 만든 고풍스러운 카디건과 풍성한긴 치마 등의 ‘할미룩’이 2030세대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할매니얼을 단순히 반짝하고 사라질 유행으로 볼 수만은 없다. 장년과 노년층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대중문화에도 이들의 영향력이 스며들고 있는데, 최근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윤여정의 활약을 비롯해 나훈아와 조용필 등이 지금도 큰 인기를 구가하는 것만 봐도 복고문화의 위상은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장기 불황과 코로나19를 겪으며 가족이 함께 모여 세대를 공유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피어나면서 ‘할매니얼’은 세대를 연결하고 아우르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화려한 인생 2막
욜드

욜드(YOLD)는 ‘young’과 ‘old’의 합성어로,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펴낸 <2020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욜드를 1955~1960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금융·문화·공학·교육 분야 등에 종사한 전문직 출신들이라고 정의한다. 욜드 세대는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집에서 손주를 돌보거나 양로원에서 말년을 보내는 기존 노년층과 달리 전문성을 살린 시니어로서 재취업에 도전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등 제2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영위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욜드 세대들의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욜드 세대는 젊을 때 하지 못했던 여행을 다니기 위해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하고, 매력적인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하기도 한다. SNS나 유튜브 등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시니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겪어온 그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생생한 스토리텔링이 돼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인생 2막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욜드의 삶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방식으로 ‘욜드’가 세계적 추세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