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을 나는 방법 시원한 폭포로 날리는 여름 더위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수박 한 조각 베어 무는 재미가 쏠쏠한 계절, 여름이다. 뜨거운 태양과 눅진한 더위를 피해 산으로 떠나 보기로 했다.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과 차갑게 흐르는 냇물을 따라 조금 더 위로 올라가 완만하게 내려오던 물들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까지 걷는다. 이내 들려오는 바위를 때리며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끈적한 이 여름을 한방에 날려주는 듯하다.
운계폭포로 가기 위해 감악산 출렁다리 산책로 입구로 들어섰다. 정돈된 나무 계단으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천천히 산길을 걷는다. 대체로 길이 완만하고 경사진 구간마다 계단이 설치돼 있어 부모님과 함께 찾아온 여행자가 군데군데 보였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10여 분 올라가자 기다란 출렁다리가 등장했다. 계곡을 잇는 다리 길이는 무려 150m. 흔들흔들 아찔한 순간마다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산을 잇는 다리 위에서는 다 큰 어른도 아이처럼 하얗게 웃는다.
출렁다리를 건넌 뒤 15분 정도 산길을 걸었다. 숲 곳곳에 동물 모형이 있는데, 아이들은 자연보다 사슴 모형 앞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이곳에선 젊은 부모와 나이든 부모, 어린 자녀와 다 자란 자녀 가릴 것 없이 저마다의 즐거움을 찾았다. 이것저것 즐기다 보니 2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40분이나 걸었다. 그러고 마주한 운계폭포.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시원한 폭포를 마주했다. 전망대 앞에는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마다 행복한 표정으로 운계폭포가 마련해 준 추억을 쌓는다.
주소 파주시 적성면 설마천로 222
조선 후기 각 읍내에서 편찬한 읍지를 종합해 엮은 책 <여지도서>에 광해군이 사냥을 즐기던 산이 등장한다. 왕방폭포가 있는 왕방산이다. 산 이름도 왕이 방문했다고 해서 ‘왕방’이라 지어졌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휴식처로 사랑받아 온 곳이다. 왕방폭포에서 발원한 물은 계곡을 따라 흐른다. 다만 이곳 현지 사람들은 왕방폭포라고 말하면 잘 알지 못하는 눈치다. 폭포 규모가 작아 왕방계곡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왕방계곡 주변으로 유명한 애견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그래서인지 폭포 주변에서는 반려견과 함께 찾아온 사람이 종종 눈에 띄었다. 요즘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살아가는 사람을 펫팸족(Pet Family)이라 부른다. 펫팸족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정부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최초로 반려동물이 포함된 조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왕방폭포는 사람에게도 반려동물에게도 최적의 여행지라 할 만하다.
주소 동두천시 탑동동 364번 지방도 포천 방향 8㎞ 지점
소나무와 가래나무가 무성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송추계곡. 낮은 수심과 완만한 지형 덕분에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여행객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어른들은 소나무 그늘에 앉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계곡 하류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북한산 산책로가 시작된다. 거기에서부터 40여 분 걸어가니 송추폭포가 등장한다. 산책로가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계곡물에 입수할 수 없다. 대신 시원한 숲과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더위를 모두 잊게 해준다.
송추계곡에서 폭포까지 가는 등산로는 위험한 구간이 많지 않아 어린 자녀와 함께 걷는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길을 걷다 예쁜 돌을 줍거나 나뭇가지를 손에 쥐고 흔드는 장난을 하며 걷는다. 자연이 내어준 천연 장난감. 울퉁불퉁 돌계단은 재미난 놀이기구가 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손에 흙을 묻히고, 나뭇가지 결을 감각하고, 나뭇잎이 서로 어깨 비비는 소리를 듣는다. 송추폭포에 도착하면 아이의 손에는 나뭇가지와 돌과 나뭇잎 몇 장이 들려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차근히 배워 나갈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다채롭고 아름다운지를, 모든 생명은 태어난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사실을…. 시원한 송추폭포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위로가 되는 이유일 터이다.
주소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