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펄떡 활력이 넘치는 안양중앙시장

펄떡펄떡 활력이 넘치는 안양중앙시장

안양중앙시장에 들어서면 여러 번 놀라게 된다. 펄떡이는 활력에 한 번, 거대한 시장 규모에 또 한 번. 그리고 맛있는 먹거리, 신선한 농수산물 등. 재미있다는 말로는 부족한 안양중앙시장 탐방에 나섰다.

경기도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시장

시끌벅적, 왁자지껄…. 이 에너지를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월요일 점심 무렵 찾은 안양중앙시장의 첫인상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생기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누가 전통시장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는가. 중앙시장만큼은 예외다.

“중앙시장의 중앙로는 ‘출퇴근로’라고도 불려요. 인근 사람들이 출퇴근할 때 이 길을 많이 이용해요.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출퇴근할 때나 어딘가로 이동할 때 통행로로 이용하니 자연스레 친근해지는 거죠. 중앙시장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분이 찾으세요.”

박갑용 상인연합회장은 장 보러온 사람들, 맛집을 찾아온 사람들, 여행 온 사람들 등 중앙시장은 365일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다며 기분 좋은 미소를 보였다. 오랜 시간 서서히 몸집을 키워온 중앙시장은 현재 300개의 노점과 800개의 상점이 모여 있으며, 경기도에서도 대규모 시장으로 손꼽힌다. 그래서일까. 시장 구석구석 돌아볼때면 마치 거대한 미로에 갇힌 듯한 착각이 든다. 혹 시장 구경에 길을 잃었다면, 고개를 들어보자. 시장 곳곳에 배치된 표지판이 친절히 위치를 알려줄 테니.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쭉 뻗은 중앙로를 중심에 두고 중간 중간에 난 사잇길을 둘러보고 다시 중앙로로 돌아오면 된다. 중앙시장의 골목 일부는 포목로, 곱창골목, 김밥로 등의 테마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곱창골목은 중앙시장의 명물이다. 사실, 시장에서 길을 잃는 것도 좋겠다. 길을 걷다 생각지도 못한 먹거리, 볼거리가 ‘짠’하고 나타날 수 있으니 말이다.

중앙시장은 크기만큼이나 호떡, 김밥, 떡볶이, 부침개, 닭강정 등의 다양한 먹거리와농수산물, 생필품, 가구, 그릇, 옷 등의 볼거리 등으로 넘쳐난다. 어디 그뿐이랴. 국수 소면을 직접 만드는 모습이나 고가구 등 평소 보기 어려운 것 또한 숨겨져 있다. 그래서 중앙시장은 오감이 즐거운 곳이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파는 착한 시장

“가지랑 호박이 너무 예쁘게 생겼네!” 채소를 사러 온 한 주부의 이야기다. 실로 놀라운 것은 상인들이 내놓는 채소, 생선, 과일 등의 농수산물 중 탐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새빨간 홍로, 초록빛 열무, 황토색의 인삼 등 농작물들이 빚어내는 총천연색은 중앙시장을 더 생기 넘치게 했다.

“시집와서 중앙시장을 다녔으니, 한 20년 이상 찾았네요. 천장에 아케이드가 생기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도 지켜봤죠.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최상품을 저렴하게 판다는 것입니다. 제가 중앙시장을 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참 착한 시장이에요!(웃음)”

박갑용 상인연합회장 또한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것을 중앙시장만의 경쟁력으로 손꼽았다. 여기에는 더 좋은 물건을 들여와 더 많이 팔겠다는 상인들의 치열함 또한 한몫한다고.

 

정을 나누는 사람들

중앙시장에는 오랜 시간 터를 잡고 지내온 터줏대감이 많다. 30년 이하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부산 할머니 떡집’의 이영순 상인, ‘명동혼수’의 권정자 상인은 오랜 단골손님과의 정 때문이라도 가게 문을 닫을 수 없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서 37년간 떡과 폐백 음식을 만들었어요. 안양 시장님 자녀가 결혼할 때 폐백 음식도 제가 했죠. 떡도, 폐백 음식도 경사에 쓰이는 만큼 늘 좋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맛없다고 불평한 손님은 없었어요. 결혼식 마치고 와서 꼭 인사해요. 잘 먹었다고요. 시장을 오가며 잊지 않고 찾아오니 늘 고맙죠. 이 맛에 아직도 여기를 지키고 있답니다. 여든다섯이지만, 아직도 팔팔합니다.(웃음)”

단골손님이 많은 것은 권정자 상인도 마찬가지다.

“저희 가게에는 대를 이어 오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4대가 함께 오시는 분들도 계시죠. 언젠가 딸이 결혼한다며 딸과 함께 한복을 지어갔는데, 그 딸이 또 아이를 데려와 한복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손님들의 좋은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감동적이기도 하고, 참 보람됩니다.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시장을 오가며 들리셔서 안부를 묻고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도 나누니 손님이라기보다는 친한 언니, 동생이죠. 한복을 지었지만, 정을 쌓은 것 같아 좋습니다.”

볼거리, 먹을거리 등 즐길 거리가 많아 신나는 중앙시장이지만, 더 반가운 것은 상인들과 나누는 정이요 중앙시장이 뿜어내는 에너지다. 이 활력이야말로 방문객들을 설레고, 들뜨게한다. 그러니 힘 빠지는 날이면 안양중앙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자. 시장 구석구석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분명 몸과 마음이 좋은 기운으로 채워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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