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독서’

다산 정약용의 독서법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고의 개혁가이자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은 1762년 경기도 양근(남양주)에서 태어났다. 다산은 실학자로서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역사적 위인이다. 그는 조선이 처한 시대 상황과 위기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올바르게 적시할 수 있었기에 당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최대의 실학자로 존경받는다.
위기와 절망의 시간일 법한 유배 생활을 빼놓고 다산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좌절과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유배 생활이지만, 조선시대 대학자인 다산은 고달픈 시간을 학문적 업적으로 승화시켰다. 다산은 유배 생활에서 목민심서를 비롯한 500여 권의 저작물을 집필해 후대에 칭송받는 역사적 결과물을 남겼다. 저서에는 부패와 타락을 막을 수 있는 개혁안이 기록돼 있는데, 바로 다산의 개혁사상이자 실학사상이다.
그가 청렴한 공직자의 표상이 되는 이유다.
다산은 ‘사람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독서’라고 했다. 또한 살아생전 자손들에게 쉼 없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글을 읽고 쓰라’고 가르쳤다.
독서와 관련된 다산의 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중 하나가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그 슬픔 잊기 위해 독서를 한 것이다. 어린 정약용이 외가인 윤선도의 집에서 책을 한가득 빌려서 황소 등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광경을 조선의 대학자 이서구가 봤다. 3일 후 이서구는 또 황소 등에 잔뜩 책을 싣고 가는 어린 정약용과 마주쳤다. 이에 이서구는 “너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나르기만 하는구나”라고 얘기했다. 이에 어린 정약용은 “책을 모두 읽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서구는 여러 책을 꺼내 내용을 물어봤고, 정약용은 질문에 막힘 없이 답을 내놓았다. 이서구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 다산은 책을 많이 읽어 똑똑한 사람이 되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보다 참다운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한다.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형제 사이에 우애롭게 지내야 한다”는 ‘효제’를 독서의 근본으로 삼은 것이다. 효제의 근본이 갖춰지면 물 흐르듯 학문이 몸에 스며들며 자연스럽게 독서를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다산의 첫 번째 독서법은 ‘정독’이다. 꼼꼼하고 섬세하게 책을 읽고, 한 장을 읽더라도 깊은 사고와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모르면 관련 자료를 찾고 분석해 반드시 뜻을 알고 넘어가야 한다. 두 번째는 ‘질서’다. 즉 메모하며 읽는 독서법으로, 독서로 얻은 깨달음은 수시로 적으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초서’다. 독서를 하다 진정으로 중요한 내용은 똑같이 ‘필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책의 핵심을 따로 필사해 정리하고 바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정리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다산의 독서법을 이어받아 경기도민 모두가 독서로 나 자신의 정서함양과 미래적 혜안이 겸비된 가치 창출을 이루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