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위에서 가을을 마중하기로 했다 자전거로 떠나는 가을 나들이
유난히 후덥지근했던 여름의 끝이 보인다. 살살 부는 바람이 마음마저 달래 주는 가을이 도착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계절을 마중하기로 했다. 발을 구르면 살랑살랑 바람이 스친다. 두 바퀴는 점점 가을로 가을로 굴러 들어간다.
남한강을 따라 난 자전거 길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코스다. 자전거 마니아라면 한 번쯤 남한강변 자전거길을 통해 충주댐까지 이어지는 약 136㎞의 여정에 도전해 봤을 것이다. 날씨가 조금만 풀리면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쏟아지듯 모여든다. 이를테면 가을을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길이다.
남한강변 자전거길은 팔당팔화수변공원에서 출발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원길을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자전거길이 시작된다. 두물머리 방향으로 난 자전거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팔당 유원지 아래 강변으로 달리는 길과 중앙선으로 사용되던 폐철길 자리에 조성된 자전거길. 취향에 따라 길을 정하고 나면, 달리는 일만 남는다. 모두 강을 따라 발을 구른다. 어디까지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 하나는 알 수 있다. 모든 자전거는 결국 가을을 마중하러 가고 있다는 것을….
귀여리물안개공원 자전거길은 귀여리 팔달물안개공원에서 검천리까지 이어지는 편도 약 9㎞의 자전거길이다. 왕복하는 데 천천히 달리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언덕이 심하지 않아 자전거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공원 길 양옆으로 연잎과 들꽃이 펼쳐져 있다. 자전거를 타러 나온 사람들은 천천히 꽃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페달을 밟는다.
공원의 끝자락에 도착하면 작은 다리가 하나 나온다. 여기를 건너면 검천리로 향하는 길이다. 자전거길은 팔당호반을 둘러 검천리까지 이어진다. 이 길에서 빠르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개 천천히 고요한 분위기를 즐긴다. 그늘마다 잠시 자전거를 세워 두고 쉬어 가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귀여리물안개공원 자전거길에서는 꽃이 안내자가 되고, 나무 그늘이 쉼터가 된다. 아무 말 없는 자연이 사람을 품어 주는 길. 귀여리물안개공원 자전거길에서는 고요하게 달리는 게 좋다. 사람 소리가 줄어들면, 자연이 마음을 채우기 시작한다.
논과 개천이 보이는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일은 이제 추억이 돼 버렸다. 시대가 변하면서 도시는 깔끔해지고, 자연스러운 시골을 경험하는 것은 더욱 어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러 멀리 떨어진 외지로 시골을 만끽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시골길의 정서가 그립다면, 의왕 왕송호수에서 고색교로 이어지는 황구지천 자전거길에 가 보기를 바란다. 편도 약 9㎞의 길 위에는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오래된 시골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황구지천 자전거길은 중간중간 흙길로 돼 있어 산악자 전거를 탄 사람들이 주로 보인다. 개천을 따라가다 보면 옆으로 논과 작은 마을이 펼쳐진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할아버지 자전거를 훔쳐 타고 즐기던 풍경과 똑 닮았다. 종종 등장하는 돌다리를 건너보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옛날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리운 어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이번 가을에는 황구지천 자전거길에서 그리운 것들을 마음껏 그리워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