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청년 공동체

꽃으로 지역 문화를 틔운 청년 농업인들 체험 농업으로 지역을 치유하는 ‘꽃보다 농촌’

꽃보다 농촌의 구성원인 (왼쪽부터) 이선아·서지원·이현지·강영석 씨와 임기조 대표가 서지원 씨가 운영하는 그림그림 농장 앞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꽃에는 묘한 힘이 있다. 꽃병 하나로 작은 방이 환하게 변하기도 하고, 공원에 핀 들꽃 군락이 삭막한 도시의 작은 오아시스가 되기도 한다. 경기도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농업인으로 구성된 공동체 ‘꽃보다 농촌’은 꽃을 활용한 체험 농업으로 시골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누군가에게는 화사한 시간이었고, 다른 이에게는 삶의 작은 오아시스가 되기도 했다.

‘꽃보다 농촌’ 공동체는 2019년 경기농업대학 체험전문가양성학과에서 만난 10명의 청년 농업인이 모여 만들었다. 이들은 화성의 노인, 저소득층 아동·청소년, 장애인 등 문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꽃 공예 체험 프로그램 「함께 사는 우리동네 만들기」를 진행했다.
‘꽃보다 농촌’ 임기조 대표는 시작은 단순했다고 말한다. “경기농업대학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이자 꽃보다 농촌 구성원인 정동민 씨가 이 사업을 제안했어요. 살펴보니까 사업 취지도 좋고, 경기농업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해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누구나 즐기는 체험 농업
임 대표는 처음 「함께 사는 우리동네 만들기」를 기획하며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렸다고 했다.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상에 관한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노년층이었어요.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니 ‘만약 할머니께서 농업을 활용한 여러 활동을 체험하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노년층을 생각했어요.”
임 대표와 꽃보다 청년 구성원들은 사업을 계획하면서 대상을 넓혀 갔다. 시골 지역 특성상 문화생활에 취약한 현실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시골 지역이다 보니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워요. 근처에 있는 수원이나 안산 같은 도시로 나가야 하죠. 그래서 학생들이나 문화적 취약 계층에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요.”
의미가 확장되니 사업 대상자도 다양해졌다. 「함께 사는 우리동네 만들기」 사업에는 저소득층 아동·청소년, 장애인, 장애인 학부모, 지역 독거노인 등이 참여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밝히는 ‘꽃보다 농촌’ 청년들

꽃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처음 이 사업을 기획할 때는 다채로운 수업을 생각했으나, 최종적으로 꽃을 활용한 체험 농업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처음에는 사과나 포도를 활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먹는 프로그램을 할 수 없게 됐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꽃 공예였어요. 장소와 인원 모집은 창문아트센터, 화성시 마을자치센터, 화성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죠. 어려운 시기였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꽃을 활용해 디퓨저 등 공예품 만들었다. 60여 명의 지역 독거노인, 9명의 저소득층 아동·청소년, 6명의 지체장애인 및 자폐 장애인, 7명의 장애인 학부모가 반을 나누어 공예에 참여했다. 임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장애인 학부모와 함께한 수업이라고 했다.
“장애인 학부모님들이 수업 중에 말을 안 하시더라고요. 좀 재미있게 이야기도 나누고 할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여쭤 봤더니,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수업 시간에 가졌던 침묵이 자신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거라고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었어요. 장애인 부모로서 겪는 노고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무언가를 완수하는 일
꽃보다 농촌의 구성원은 용인·파주·화성·가평 등 경기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넓은 지역에서 모이는 공동체가 하나의 사업을 완수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임 대표는 먼 지역에서 찾아와 사업에 참여해 준 꽃보다 농촌 구성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거리도 멀고,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 때문에 모이기가 참 힘들었는데, 끝까지 함께 해 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꽃보다 농촌’ 서지원, 이선아, 이현지, 강영석, 오나래, 김일중, 정동민, 박진희, 오성일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