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으로 들어서자 높은 아파트 사이로 정돈된 길이 나왔다.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신도시다운 모양새였다. 정리가 잘된 길을 지나며 차가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베이킹 배워서 남준다’는 홈베이킹을 배워 지역의 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 공동체다. 김은아 대표를 만나기 위해 공방에 들어서자 아직 조리되지 않은 베이킹 재료들이 탁자에 올라와 있었다. 차가운 도시를 달콤하고 고소한 빵 굽는 냄새로 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배이킹 배워서 남준다’ 김은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평일 오전 10시 30분이었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나온다고. 평일 오전에 하는 청년 모임이 낯설게 다가왔다. 이 공동체 구성원 대부분이 아이를 키우는 주부다. 그동안 청년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편협하게 받아들였는가. 공방에는 김 대표와 김성진 씨, 박고운 씨, 김수현 씨가 빵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그들은 주부가 아니라 청년 제빵사들이었다.
우연을 선물하고 싶어서
종종 우연한 계기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김은아 대표가 처음 제과제빵을 접한 건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친구를 따라 제과제빵 특별활동반에 들어갔다고. “우연히 접한 제과 제빵이 적성에 맞았어요. 자격증도 따고 대학교도 제과제빵과에 진학했죠. 그 후에 제과제빵 관련 회사에 취직도 했죠.” ‘베이킹 배워서 남준다’ 공동체는 나래울 사회복지관을 통해 청소년 베이킹 클래스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청소년 수강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제과제빵은 성적과 상관없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분야였죠. 베이킹 클래스가 청소년들에게 우연한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연히 접한 제과제빵으로 취업까지 했던 저처럼
말이에요.”
달콤함을 나누고 싶어서
제과제빵의 매력을 묻는 말에 김 대표는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 “맛있다”고. 달콤하고 고소한 빵과 과자를 떠올리며 대답하는 표정이 밝았다. “빵과 과자를 만들어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달콤한 디저트를 한입 물면 아주 행복해지거든요. 단지 이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싶었어요. 맛있는 걸 나눠 먹으면 더 맛있으니까요.”
‘베이킹 배워서 남준다’ 공동체는 공방에서 제작한 빵과 과자를 지역 취약계층에 기부했다. “일반 제과제빵과 홈베이킹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아이들을 위해 홈베이킹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수업료가 비쌌죠. 게다가 수업이 끝나면 그날 만든 제품을 약 30개씩 집에 가져가거든요. 다 먹지도 못하죠. 그래서 홈베이킹도 하고 기부도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먹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달콤한 디저트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죠.”
여전히 청년이라서
김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모임구성원들과 친구 같은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 뜻밖의 소득이었다고. “비슷한 세대이고, 대부분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공감대가 많았어요. 사실 동탄은 신도시라서 친구를 만들기 어려워요.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서 어린 시절부터 친한 관계를 보기 드물죠. 함께 빵을 굽는 동안 공동체 구성원이 가까워졌어요. 친구가 된 거죠. 함께 일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자연스레 가까워졌어요.”
‘베이킹 배워서 남준다’ 공동체 구성원 중 3명은 경력 중지 여성이다. 아이를 키우며 자연스레 사회 활동을 쉬고 있는 것. 빵을 굽는 시간은 모두의 꿈이 익는 시간이기도 했다. “함께 빵을 만들며 서로의 꿈 이야기도 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나누면서 자극을 받기도 했죠. 생활 환경이 비슷하니 고민도 닮았더라고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매번 아이들 하원 시간에 쫓겨야 했지만 말이에요.” 김 대표는 모임을 하며 행복했다고 했다. “행복하게 만든 빵이 제일 맛있어요! 혼자보다 같이 만든 빵이 더 맛있는 이유죠. 혼자보다 함께 나눠 먹는 빵이 더 맛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