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공예의 아름다움을 찾다

시간을 쌓아 완성한 장인의 목칠기

최현규 작가

 

최현규 작가는 목재를 회전시키며 깎고 파내는 전통 기법, 갈이공예로 제작한 목공예품에 옻칠을 해식기를 만드는 목칠공예가다.

 

목공예부터 칠공예까지 전 공정을 홀로 진행하는 만큼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면서 대한민국 목칠공예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다.

 

‘제50회 경기도공예품대전’에서는 작품 ‘나무와 금속의 만남’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글. 구지회 사진. 정송화

 

이질적 재료의 어울림
목칠공예가 최현규 작가의 공방에 들어서자마자 훅! 향기로운 나무 향이 코끝으로 밀려들어 왔다.

 

“저는 칠공예가이기 이전에 목공예가예요. 나무가 좋아 이 일을 시작했고, 목공예를 더 잘하기 위해 옻칠을 시작했죠. 나무 소재는 후처리를 하지 않으면 보존성이 떨어지니까요.”

 

이렇게 모든 공정을 아우를 수 있는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제50회 경기도공예품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나무와 금속의 만남’이다. 금속 컵의 외형에 맞춰 나무의 속을 갈이질해 접합하고 외부도 갈이질하거나 조각하거나 때론 삼베를 덧붙인 뒤 다양한 색깔로 옻칠해 마감한 컵 세트 작품으로 이질적 재료의 어울림과 나뭇결, 삼베 결 등 자연의 아름다움이 드러난 디자인이 멋스럽다.

 

“공예 일을 한 지 30년 정도 되었을 때, 문득 저를 위한 물건은 만든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머그잔 하나를 만들었어요. 만들고 보니 퍽 마음에 들더라고요. 상품으로 구상하는 과정에서 옻 향을 낯설어하는 분들을 고려해 내부를 금속으로 만들었습니다.”

 

나무와 금속을 이어 붙이는 낯선 시도는 당연히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본 적 없는 공법이다 보니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었고, 재료를 찾는 것부터 힘들었어요. 금속과 나무가 견디는 열이 각각 다르다 보니 두 재료 다 열변형을 견딜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입술에 닿는 감촉이 좋은 최적의 두께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고요.”

 

 

쉬운 길을 가지 않는 이유
시간을 들이고 최적의 재료를 찾은 목칠공예품은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중에는 공정과 재료를 생략하고 만든 저가 상품이 범람하고 있다. 그리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품이 더 흔한 작금의 현실은 목칠공예품에 대한 오해를 강화하고, 또다시 목칠공예품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든 공정에는 다 이유가 있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령 소비자 손에 닿기 전에 나무를 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뒤틀리거나 깨지는 제품을 미리 골라낼 수 없죠. 이 모든 결함은 시간이 흘러야만 드러나기에 구매하는 단계에서 소비자가 구분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잖아요. 쉬운 길을 가지 않는 것은, 제 몸이 좀 더 힘들더라도 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죠.”

 

‘스스로 뿌듯한 작품’을 만들려는 그 마음을 알아보는 귀한 이들은 그래서 그에게 곧, 험한 길을 건너는 징검다리와 같다.

 

“생활용품 소비자들은 작품을 구매하는 분에 비해 공정의 차이를 알아보는 분이 드물고, 가격에도 더 민감하세요. 그런데 하루는 한 손님이 제 작품을 보며 ‘이걸 만든 사람은 장인’이라며 옆 사람과 얘기를 나누시더라고요. ‘알아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격했기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한마디예요.

 

 

 

켜켜이 쌓이는 장인의 시간
그는 ‘장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한 공정 한 공정 내 손으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요. 겉으로 보이지 않는 과정까지 다스릴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 수 있고, 거기에 창의성을 덧붙이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나무와 금속을 합치는 시도도 결국 전 과정을 제가 다 하다 보니 시도할 수 있었던 거죠.”

 

옛것에 새로움을 더하는 도전을 하는 최현규 작가.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싱겁게도 우직한 답이 돌아왔다.

 

“그때그때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요. 거창한 목표는 없습니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낼 뿐이에요.”

 

문득 눈을 돌린 그의 작업장에는 향기롭고 보드라운 톱밥이 소복했다. 그의 노력과 시간이 담긴 두께여서일까. 자꾸만 가득한 톱밥에 눈길이 갔다.

 

“원목을 처음 깎을 때 톱밥이 여기저기 마구 날려요. 꼭 눈 같죠.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그 풍경은 예쁘게 느껴져요.”

 

톱밥이 눈꽃이 되는 일상 속 마법처럼, 최현규 작가가 묵묵히 작업을 이어나가는 하루하루가 켜켜이 아름다울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