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등록문화재 – 일제강점기 문화재 실측 및 수리 도면 일괄 도면에 밴 아픔의 역사

도면에 밴 아픔의 역사

‘일제강점기 문화재 실측 및
수리 도면 일괄’

 

제4호 경기도 등록문화재인 ‘일제강점기 문화재 실측 및 수리 도면 일괄’은 총 94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도면은 우리 문화재를 서양의 도면 제도 방법을 통해 객관적으로 기록한 자료인 동시에 일본에 빼앗긴 우리 국토가 어떻게 유린당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료다.

 

글. 정명곤 자료. 수원화성박물관 제공

 

일제가 복원에 힘쓴 화홍문의 기록

제4호 경기도 등록문화재를 구성하는 94점 중 하나인 ‘수원화홍문기타복구공사설계도’는 1922년 화홍문이 폭우로 멸실되자 당시 수원 면민의 청원을 받아들여 조선 총독부가 복원을 결정한 이후 제작된 복구공사 설계 도면이다.

 

화홍문은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수원 화성 건축물 중 조선총독부에서 일제의 관광 사업에 유용해 유일하게 복원에 힘쓴 시설물이다.

 

이 도면을 통해 화홍문이 일제강점기 자연재해로 멸실된 후 복원된 유일한 수원 화성 시설물이며, 콘크리트를 사용한 첫 번째 사례임을 알 수 있다.

 

도면의 크기는 가로 99.1cm, 세로 67.3cm로 1923년 3월 16일이라는 제작 날짜가 명확히 표기돼 있다.

 

입면과 단면을 비롯해 부분 상세도 등 다양한 도면을 한 장에 짜임새 있게 그려 넣었으며, 누각 등 일부 시설물의 규격을 일본 척관법에 따라 기록해 실제 크기를 세밀하게 가늠할 수 있다.

 

일제의 문화재 훼손을 증명하는 사료

제4호 경기도 등록문화재 94점 중 하나인 ‘수원팔달문성곽입구취훼보수공사설계도’는 국가 보물 제4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 화성 팔달문과 관련한 유물로, 일제가 수원 팔달문 성곽의 옹벽을 훼손했음을 증명하는 사료다.

 

도면의 크기는 가로 69.3cm, 세로 52cm이며, 1929년 3월 팔달문 옹성 단면을 자르는 공사를 시행하기 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왼쪽 옹성 정면도 축척은 200분의 1이며, 오른쪽 ‘성곽외부상부상세도’와 ‘성곽입구처면상세도’의 축척은 20분의 1이다.

 

팔달문 옹성의정면도와 옹성을 배제하고 그린 재래 성벽 단면을 비교할수 있다.

 

오른쪽에는 옹성 단면이 그려져 있으며, 절단 기준이 기재돼 있다.

 

제4호 경기도 등록문화재 지정

수원화성박물관이 소장 중인 ‘일제강점기 문화재 실측 및 수리 도면 일괄’ 94점이 2021년 10월 27일 제4호 경기도 등록문화재로 고시됐다.

 

총 94점의 도면은 1915년부터 1932년 사이에 만들어진 문화재 보수 관련 근대건축 도면으로 수원의 팔달문과 화홍문, 경주의 불국사와 석빙고, 서울의 광화문과 경복궁, 흥인지문 등 대한민국의 중요 문화재를 일제강점기에 수리하거나 실측하며 작성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한국의 문화재를 어떤 방법으로 훼손하고 수리했는지 등을 알 수 있으며, 한국 고건축을 표현하는 데 서양식 제도 기법을 적용하는 등 근대건축도면으로 등록 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