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바람을 이기다
파주시 궁도협회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일컬어 ‘동이족’이라 부르곤 했다.
이는 동쪽의 큰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는 의미로,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활쏘기를 즐기는 민족이었다.
그중에서도 제65회 경기도체육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활쏘기 능력을 인정받는 파주시 궁도협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강나은 사진. 정송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즐거움
표적도 잘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쏜 화살은 바람에 따라 휘고, 궁수의 힘에 따라 떨어지 면서도 과녁을 찾아간다.
과녁에 맞지 않았 음을 화살이 떨어질 때 내는 흙바람으로 알 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먼 거리. 하지만 파 주시 궁도협회 회원들의 매서운 눈빛은 과 녁보다 먼 곳을 향한다.
이렇게 실력을 키우 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터. 파주시 궁도협회 회원들은 모두 궁도에 푹 빠진 마 니아이기에 오랜 시간이지만 즐겁게 실력을 수련해 올 수 있었다.
손기섭 접장(활터에서 누구에게나 쓸 수 있 는 존칭)은 “궁도는 남과의 싸움이 아닌 나 와의 싸움이에요”라며 궁도의 매력을 설명 한다.
항상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 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손기섭 접장은 중요한 시합에서 한 발의 화살을 과녁에 맞 히며 우승을 확정 지었을 때, 우승했다는 기 쁨보다도 이렇게 심리적으로 어려운 순간 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느끼며 궁 도의 매력을 다시금 깨닫는다.
꾸준한 연습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파주시 궁도협회가 각종 대회에서 우승부 터 메달 획득까지 좋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연습 덕분이다.
이경화 접장은 매일매일 꾸준한 습사(활쏘 기 연습)를 지속한다. “재능이 없으니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요”라며 겸손한 답을 내놓지만, 이렇게 연 습할 수 있다는 것이 곧 재능임이 명백하다.
김병인 접장은 궁도가 개인 운동인 만큼 자 유롭게 훈련하되 자신 스스로 잘되지 않는 부분을 알아채고 지도자에게 배움을 구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실력을 높여나가고 있 다라고 설명한다.
파주시 궁도협회를 이끌 어온 김진권 감독은 접장 각자의 훈련 방법 을 존중해 주며 편안하게 연습할 수 있는 분 위기를 유도한다.
여기에 접장의 활동을 적 극적으로 돕는 심성자 회장의 열정이 더해 지며 파주시 궁도협회는 더욱 활기를 띠었 다. 파주시 궁도협회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도 유명하다.
전애경 접장은 “항상 돈독한 분위기 덕분에 힘이 납니다”라며 다른 접장들과 눈을 마주 치고 웃는다. 이웅진 접장은 이렇게 분위기 가 좋은 비결로 “활터는 각각 달라도 교류가 잘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싶어요”라고 답한 다. 아닌 게 아니라 파주시 궁도협회에서는 접장 모두가 함께 습사를 자주 다니며 친목 을 다진다. 덕분에 파주시 궁도협회는 ‘파주 시’라는 이름으로 출전했을 때 한마음으로 활을 쏠 수 있다.
누구나 활터를 누빌 날을 기대하며
네 번의 암 수술을 궁도로 극복한 천영숙 접 장은 “궁도는 인간 승리”라고 말한다.
지금 까지도 활을 손에서 놓지 않고 즐겁게 취미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천 접장은 마음을 다 스리기 힘든 모든 이에게 궁도를 추천한다.
집중해도 과녁에 맞히기 어려운 것이 활이 다. 그만큼 과녁에 온 마음을 쏟는 동안, 그 동안의 괴로움이나 슬픔이 사라지고, 마음 은 더 편안해진다.
박은경 접장은 부부가 함께 취미로 궁도를 배운다. 나이를 먹어가며 부부 사이에 대화 가 점차 줄어든다지만, 박 접장은 활로 인해 배우자와 대화가 더 많아졌다.
여행하듯 다 른 지역에 가서 습사도 하기에 부부는 더없 이 금실이 좋다. 그 외에도 파주시 궁도협회 접장들은 자녀를 포함한 가족과 함께 궁도 라는 취미를 공유하며 실력도 쌓고, 가족애 도 돈독히 한다.
이렇게 나 자신을 위해 가 족과 함께 궁도를 즐기는 이들의 최종 목표 는 무엇일까. 박진승 접장은 “활터의 대표인 사두이자 실력과 모범적 성품을 갖춘 명궁 이 되겠습니다”라며 앞날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한다.
이어 백상진 접장은 궁도 매력을 느끼면서 궁도 실력을 높이고, 꾸준하게 궁도를 홍보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최병일 접장 역시 앞으로 궁도가 더욱 각광받기를 기대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궁도는 양궁에 비해 인 지도가 낮지만 생활체육으로 접하기에는 충분하다. 우선 비용 측면에서도, 체력 측면 에서도 양궁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또 부수 장치를 이용하지 않고 자기 팔과 눈 만으로 과녁을 맞혀야 하기에 흥미롭다.
이 러한 궁도의 장점을 알아차린 이가 많아져 남녀노소 누구나 활터를 누비며 동이족의 면모를 보여줄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