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역사산책

22 경기 역사 산책

경기옛길 영남길 제1~5길

 

옛 선인들이꿈을 안고 오가던 길

 

영남길은 한양에서 문경을 지나 부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과거 보러 가는 선비, 방물장수는 물론 부산항을 통해 일본과 조선을 오가는 양국 사절단도 이 길을 걸었다. 경기옛길로 복원한 영남길 구간 중 1~5길은 지금의 성남에서 용인까지 이어져 있다.

글 구지회 출처 경기문화재단


 

성남시 천림산 봉수지 ⓒ 문화재청


 

 

1길 달래내고개길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가는 길

달래내고개 서낭당 터·천림산봉수지

 

소요 시간

약 3시간 30분

 

경부고속도로 구간 중 가장 뚫기 힘들었던 구간 중 하나가 이 달래내고개였다고 한다. 길을 내기가 얼마나 어려웠던지 공사에 투입된 어느 육군 상병이 순직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가 하나 돌았다. 해당 상병의 꿈에 서낭당 할머니가 나타나 “며칠만 말미를 주면 떠날 테니 서낭당 허무는 공사를 좀 늦춰 달라”라고 했지만, 상병 신분으로 어쩔 도리가 없어 공사를 진행하다 동티(서낭당이나 장승 등 신성한 것을 건드려 생기는 안 좋은 일)가 났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개 근처 천림산에는 경기도 기념물 제179호인 천림산봉수지가 있다. 봉수란 밤에는 횃불, 낮에는 연기를 올려 국경 지역의 긴급한 군사 정보를 중앙에 알리던 옛 군사 통신 제도로, 천림산 봉수는 동래에서 시작한 봉수 신호를 용인에서 받아 최종 목적지인 서울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달래내고개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과 금토동 사이

천림산봉수지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성남시 천림산 봉수지 ⓒ 문화재청

 

성남시 수내동 전통 가옥 ⓒ 경기도블로그

 


 

2길 낙생역길

 

충의단심이 있는 길

중앙공원·이경류 묘소 및 정려비와

이경류 말 무덤

 

소요 시간

약 2시간 30분

 

조선 시대 도로 곳곳에는 관리들이 말을 바꿔 타거나 묵어갈 수 있는 역(驛)과 원(院)이 있었다. 낙생역도 지금의 수내동 일대에 있던 역원 중 하나로, 이 지역을 “영원히 즐겁게 오래 살 수 있는 좋은 땅(永樂長生之地)”이라 부른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수내동은 1980년대까지 한산 이씨 집성촌이기도 했다. 1989년 분당신도시를 개발할 때 한산 이씨 묘역과 가옥 한 채만은 남겨두었는데, 분당중앙공원에서 이를 만날 수 있다. 묘역은 임진왜란 때 전사한 이경류(1564~1592)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그를 기리는 정려비와 더불어 그가 아끼던 말 무덤도 함께 있다. 옛 경기도 살림집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가옥은 성남시 문화재자료 제78호로 지정되어 있다.

 

분당중앙공원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550

용인시 민영환 묘소 ⓒ 문화재청


 

 

 

3길 구성현길

 

간절한 소원이 어린 길

마북동 석불입상·민영환 묘소

 

소요 시간

약 5시간

 

구성현길에 올라 탄천을 따라가다 보면 용인시 향토유적 제52호 마북동 석불입상을 만난다. 이 돌부처는 보통의 불상과 사뭇 다른 모습인데, 관복과 관모를 갖추었으며 직육면체 몸통 앞으로 내민 소매 안으로는 공손히 팔짱을 끼고 있다. 덕분에 묘지를 지키는 문인석이나 장승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가슴에 새겨진 만(卍) 자가 불상임을 드러낸다. 긴 세월 석불입상이 들어주었을 사람들의 소원을 상상하며 걷다 보면,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된 민영환의 묘소를 마주한다. 민영환은 대한제국 시기에 내부대신을 지내고 러시아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파견되는 등 주요 직책을 거친 인물로,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국민의 뜻을 모으고자 자결해 항거했다. 백성과 외국 사절, 임금에게 각각 남긴 유서에서 그토록 간절했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마북동 석불입상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330-1

민영환 묘소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544-7

 

 


 

 

4길 석성산길

 

용인을 보호하던 주산(主山)을 따라 걷는 길

동백호수·어정·할미산성

 

소요 시간

약 3시간

 

석성산길은 동백호수에서 시작한다. 근처 지역명은 어정(御井)인데, 이곳 마을 샘을 임금님께서 드신 데서 유래했다. 잘 정비된 호수 옆 석성산길을 걷다 보면 6~7세기 신라 시대에 쌓은 할미산성이 등장하는데, 성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하나는 하룻밤 만에 성을 지은 마고 할머니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아픈 손자 대신 성을 짓다가 숨을 거둔 할머니 이야기이다. 신라 축성 기술의 변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적인 만큼 경기도 기념물 제215호로 지정돼 있다.

 

동백호수공원 용인시 기흥구 동백5로 12

어정역 에버라인 용인시 기흥구 어정로 128

할미산성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

 

용인시 할미산성 ⓒ 문화재청

 

 

수여선 협궤 디젤동차 163호 ⓒ문화재청

 


 

5길 수여선옛길

 

영남대로 원형에 가장 가까운 길

용인중앙시장·묵계 유복립 정려각

 

소요 시간

약 4시간

 

수여선옛길은 1930년 개통한 협궤 열차 노선 ‘수여선’이 지나던 길이다. 수원과 여주를 지나던 이 49인승 꼬마 기차는 식민지 수탈용 화물 열차였기에 애초에 노선이나 시설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졌고, 도로가 발달하고 여타 교통수단이 생겨나며 1972년 결국 폐선이 되었다. 금학 천변을 끼고 달리던 길이 경안천에 닿으면 그 오랜 세월을 목도했을 유서 깊은 오일장 용인중앙시장이 나오고, 여기서 다시 송문리로 내려가다 보면 진주성에서 순절한 유복립을 기리는 정려각을 만날 수 있다. 정려각은 용인시 향토문화재 제41호로 지정돼 있다.

 

용인중앙시장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133-1

묵계 유복립 정려각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170-8

 


 

어르신을 위한 큰글씨

 

벼슬길

영남길은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즐겨 걸었기에 과거길 혹은 벼슬길이라고도 불렀다.

 

달래내고개 서낭당 터

달래내고개에서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하다 한 육군 상병이 순직했다. 그 상병이 사고를 당하기 며칠 전 꿈에 서낭당 할머니가 나타나 곧 떠날 테니 며칠 말미를 달라고 했는데 서낭당을 그냥 허물자 안좋은 일이 생겼다.

 

이경류 말 무덤

임진왜란 상주 전투에서 문신 이경류가 전사하자 말이 피 묻은 옷과 유서를 물고 달려 고향 집에 알리고 3일 동안 먹지 않고 슬퍼하다 죽었다. 후손들이 말을 거두어 묻었다.

 

석성산 할미산성

병약한 손자와 단둘이 사는 할머니가 손자 대신 산성 공사에 지원했고, 무리해 일하다 산성이 완공된 날 숨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이 성을 할미산성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