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물줄기가 서로 합쳐지는 곳에 이르지요.…(중략)… 물빛과 산빛, 삼각주와 모래톱의 자태는 모두 뼈에 저밀 듯 해맑아 깨끗함이 눈길을 빼앗는다오. 매년 3월 복사꽃이 활짝 피면 강물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시를 짓고 거문고를 타며 이 맑고 한가로운 경계에서 논다면 이 또한 인간 세상의 지극한 즐거움이 아니겠소?
– 정약용 「초의여! 양평에 삽시다」에서
‘물을 보고 마음을 씻고, 꽃을 보고 마음을 아름답게 하자’는 의미의 ‘세미원’은 지난 2004년 한강의 시작점인 두물머리를 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다. 당시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로 수질이 나빠지자 수질과 토양 정화 능력이 탁월한 연꽃 등의 수생식물을 활용한 친환경적 방법으로 한강을 맑고, 아름답고, 풍요롭게 보전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이후 15년 넘게 수생식물의 환경자원화, 관광자원화, 산업자원화, 교육자원화 등 다양한 경험과 정원산업 자원을 축적해 온 끝에 지난해 ‘경기도 지방정원 1호’로 지정되며 세미원은 명실공히 경기도의 정원으로 거듭났다.
경기도의회는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정책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만을 생각하는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경기도의회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세미원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강바람을 맞고 무심한 듯 자유로이 자연의 풍광을 즐기고 싶다면 정갈하게 손질된 정원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는 세미원이 제격이다. 특히 세미원의 연밭과 연못 곳곳을 가득 채운 연꽃을 만끽하고 싶다면 오는 8월 16일까지 진행되는 연꽃문화제 시기에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세미원은 두물머리 방향에서 들어오는 입구와 양서문화체육공원 쪽에서 들어오는 입구 두 곳으로 입장할 수 있다. 두물머리 방향에서 들어오면 정조의 화성 행차를 위해 한강에 설치했던 배다리가 세미원으로 가는 길을 메우고 있다.
또 다른 방향인 양서문화체육공원 쪽에서 들어오면 가장 먼저 태극 문양이 눈길을 끄는 불이문이 맞아준다. 불이문은 ‘사람과 자연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라는 뜻으로 환경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불이문에서 발길을 조금만 옮기면 여름철 세미원을 찾는 이들에게서 가장 사랑받는 징검다리가 나온다. 성큼성큼 돌다리를 건너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시원한 나무가 둘러싼 그늘 덕에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징검다리에서 발길을 안쪽으로 옮기면 국사원이 나온다. 한반도 모양의 연못에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백수련을 심어 그 의미를 더했다.
징검다리 끝에 다다르면 365개의 장독대로 만들어진 분수대가 눈에 들어온다. 장독대분수는 1년 365일 한강물이 맑기를 기원하는 제단을 상징하는 것으로, 옛날 할머니들께서 장독대 앞에 정화수를 떠놓고 소원을 빌던 의미를 담고 있다. 옹기를 뚫고 한강물이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생명이 넘치는 물, 살아 숨 쉬는 깨끗한 물로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까지 느껴진다.
장독대, 한반도 모양의 연못, 태극 문양, 백의민족, 게다가 세미원 곳곳에 채워진 여러 위인의 글귀까지, 세미원을 둘러보다 보면 만나게 되는 여러 풍경은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우리나라와 우리 땅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서 본격적인 연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 보면 페리기념연못이 나온다. 세계적 연꽃 연구가 ‘페리 슬로컴’ 선생이 직접 개발해 기증한, 세미원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연꽃을 볼 수 있는 연못이다. 가늘고 곧게 뻗
은 줄기 위에 봉긋하게 솟은 연꽃 봉오리와 우산을 펴 놓은 듯 넓은 연잎의 자태가 아름다워 보는 순간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게다가 연이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듯이 온몸 가득 밀려오는 진한 연꽃향 덕에 나의 몸과 마음까지 맑게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페리기념연못을 따라 걸어가면 세미원에서 가장 큰 연못인, 하얀 연꽃이 주로 피는 백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백련지에는 일심교가 놓여 있어 연못을 가로지르며 연꽃을 즐길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오리들에게만 출입이 허락돼 연못 주변에서 연꽃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얼마 둘러본 것 같지 않은데도 땡볕에 몸이 지치기 마련. 그럴 때면 발그레한 홍색의 연꽃이 주로 피는 홍련지를 둘러보기 전에 신양수대교 아래에서 잠시 더위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잘 만들어진 정원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교각이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더위와 햇살에 지친 순간에는 그늘을 만들어 주는 곳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잠시 더 한가로움을 즐기고 싶다면 근처에 마련된 세족대의 찬물에 발을 담그는 것도 좋다. 발바닥은 온몸의 신경이 집중돼 있어 발만 차가운 물에 담가도 온몸에 시원함이 밀려든다.
잠시 숨을 고른 후 홍련지를 따라 걸으면 세계에서 가장 큰 잎과 꽃을 자랑하는 빅토리아수련이 있는 빅토리아연못을 만난다. 만개하면 꽃의 크기가 최대 지름 30~40㎝로 거대하고 잎이 지름 1~2m에
서 최고 3m까지 자라는 빅토리아수련은 국내에서 쉽사리 보기 힘든 희귀종으로 세미원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꽃잎이 낮에 활짝 벌어졌다가 밤에 오므라들어 ‘잠자는 연꽃(睡蓮)’이라고 불리는 수련은 단 3일 동안만 그 꽃의 자태를 보여주는 터라 더욱 반갑고 귀하다.
빅토리아연못 옆으로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수련과 호주수련을 볼 수 있는 열대수련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측우기, 청화백자운용문병, 정병 등 각종 문화재를 본뜬 분수들도 자리하고 있어 자연과 문화재가 어우러지는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만약 세미원이 가장 아름다운 여름철, 그 절정의 미를 뽐내는 연꽃 만개 시기를 놓쳤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9월이 되면 쉽게 보기 힘든 수련(睡蓮)이 그 자태를 뽐내고, 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정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정책 추진에 힘쓰겠습니다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품고 있는 양평은 경기도의 대표적 친환경 지역입니다. 또 양평의 대표적 친환경 생태공원인 세미원은 20만㎡가 넘는 면적에 백련·홍련·수련을 비롯해 각종 토종 야생화와 수목이 가득해 사계절 내내 풍요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세미원이 경기도 지방정원 1호로 지정되며, 양평을 넘어 경기도의 정원으로 거듭났습니다.
경기도의회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정책 추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경기도의 미래는 물론 우리 후손들의 내일을 생각하는 친환경농업·어업·임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친환경 생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정책, 친환경 하천 명예감시원 지원 정책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앞으로는 친환경 정책으로 자칫 소외되기 쉬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에도 힘쓸 예정입니다. 친환경 규제에 묶여 있는 지역을 환경보전과 생태교육 공간 등으로 활용하거나 친환경 농업지역을 특성에 맞춰 유기농 타운으로 활용하는 등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해 ‘친환경’이 곧 ‘경제’가 되고 ‘미래경쟁력’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의회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