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청년 공동체

카약 타고 쓰레기를 치워요! ‘깨끗한 농부들’의 한탄강 정화 프로젝트

‘깨끗한 농부들’ 회원들이 카약을 타고 한탄강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모두가 환경을 말하는 시대다. 지역 곳곳에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배출 제로화)’ 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플로킹(Plocking)’이 새로운 여가 활용법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쓰레기를 치우며 친목을 다지는 이들도 있다. 포천시의 청년 농부들이 만든 공동체 ‘깨끗한 농부들’이다.

‘깨끗한 농부들’은 2017년 처음 만들어졌다. 공동체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최재박 대표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한탄강에서 쓰레기 줍는 어르신을 본 것이 모임의 시발점이었다. “은퇴 후 고향에 돌아왔는데 한탄강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 속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모임의 기반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최 대표는 봉사활동 중 살펴본 한탄강의 쓰레기들을 보고 농‘업인들이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강인데, 깨끗하게 만들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을 불러 모아 일단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고, 공동체 지원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원하면서 오늘의 형태를 갖출 수 있었단다.

 

“뱃놀이 하면서 쓰레기를 치워요”
한탄강은 북한에서 시작해 포천, 연천으로 이어지는 강이다.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협곡 사이를 흐르는 지형적 특성상 접근 경로가 마땅치 않은 곳이 많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강줄기 곳곳에는 좁은 협곡과 주상절리가 자리하고 있다. 수심도 깊어 맨몸으로는 강물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깨끗한 농부들’의 쓰레기 치우기가 카약과 함께하게 된 이유다.
“한탄강은 평지에 서서 보면 보이지 않아요. 용암이 파고 들어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보통은 보이지 않으니까 관심을 갖기도 쉽지 않죠. 저희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내려가 보니 쓰레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깨끗한 강을 지키기 위해 카약을 타고 강줄기를 훑으며 쓰레기를 치우는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특별한 봉사가 아니라고 했다.
“저희끼리는 정화축제라고 불러요.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끼리 안전하게 뱃놀이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거대한 사명감이 아니라, 우리 동네니까, 농업용수로 쓰고 있는 강인데 거기에 쓰레기가 있으니까 치우는 거죠.”

2021년 여름 진행된 한탄강 정화축제

연간 500명이 참여하는 ‘정화 축제’
현재 깨끗한 농부들의 구성원은 50여 명에 이른다. 포천시의 4-H(청년 농부) 회원 13명, 노원구 공릉동 소재 시민단체 회원과 청년 동아리 38명, 포천시민 4명 등이 참여하고 있다. 처음엔 토마토, 배추, 고추, 깻잎 등을 재배하는 최 대표와 친구들이 주된 구성원이라 ‘정직한 농산물 생산’과 ‘지역청소’ 두 가지 의미를 담아 ‘깨끗한 농부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임이 성장하다 보니 이젠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가진이들이 함께하고 있어 이름을 제한적으로 지은 것이 아쉽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 낸 성장이 꽤뿌듯한 눈치다.
“작년과 올해 정말 많은 분이 활동에 함께해 주셨어요. 작년에는 모임 회원 외에도 400여 명, 올해는 약 500명 정도가 함께 오셔서 쓰레기도 치우고 한탄강의 아름다움을 함께 만끽했지요. 코로나19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없냐고 물으시는데, 사실 자연에 나와 각자 카약을 타고 움직이는 것이니까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다는 분이 많아요. 자연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안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언론사에서 이들을 취재해 가기도 했다. YTN의 다큐멘터리 <한탄강에 산다>와 경인방송이 이들의 활동을 영상에 담아갔다. 여러 기관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뱃놀이하듯 환경정화 활동을 한다는 점이 큰 주목을 이끌었다.

 

모두와 함께 누려야 할 환경을 생각한다
실제로 ‘깨끗한 농부들’의 활동 모습은 유쾌하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집중적으로 한탄강 쓰레기 치우기에 나선 이들은 운동하듯 노를 젓고 절벽에 매달린 쓰레기를 클라이밍하듯 올라가 치워 낸다. 매 주말마다 모여 활동을 하는데, 회원들도 열성적이라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은 모임에 참석한단다. 그러다 보니 활동 모습을 직접 기록하고자 하는 욕심도 커져 활동을 진행하면서 직접 영상을 찍고 올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도 했다. 생업과 활동에 바쁘다 보니 꾸준하게 영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13건이나 되는 영상을 촬영해 조만간 올리겠다는 포부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 활동의 가장 큰 보람이라 말하는 최재박 대표는 “한탄강은 모두가 관심을 갖고 돌봐야 하는 모두의 자원입니다. 한탄강 플로깅이 서로를 연결하는 기회가 될 거예요. 참가비도 무료고 안전장비도 다 갖췄습니다.
부담 없이 와서 함께하면 좋겠습니다”라며 참여를 권했다. 카약으로 쓰레기를 모아 하류부터 차량까지 800m나 되는 거리를 짊어지고 올라가는 일은 힘들고 어렵지만,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아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계속 모일 수 있는 것은 더 깨끗한 강을 모두와 함께 누리겠다는 꿈이 있어서다. 함께 누리는 환경에 대한 꿈, 그 알찬 꿈이 ‘깨끗한 농부들’과 함께 전국으로 번져 나갈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