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그리움 발자취로 남다
사도세자의 묘를 찾아가는 정조의 이야기 길
경기옛길 삼남길
경기도는 지난 2013년 삼남길(과천~평택)과 의주길(고양~파주)을 복원했으며, 2015년 영남길(성남~이천), 2020년 평해길(구리~양 평), 2021년 경흥길(의정부~포천) 등을 차례로 되살렸다.
최근 경기옛길의 6번째 길인 강화길(아라김포여객터미널~강화대교)이 개통됨에 따라 경기옛길 550km 전 구간이 완성됐다. 이 중 삼남길은 충청도·전라도·경상도 3도를 연결하는 데서 유래했는데, 한양에서 제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제주로 또는 해남로라고도 불렀다.
이 길에는 특히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찾아가는 정조의 이야기가 구석 구석 서려 있다. 정조가 남긴 효심 어린 문화유산과 이야기를 찾아 삼남길을 걸어보자.
글 구지회 출처 경기문화재단
제1길 한양 관문길
정조의 지친 몸과 마른 목을 달래주던 곳
과천 온온사 · 과천 가자우물(찬우물)
소요 시간 – 2시간 30분
한양 관문길의 시작은 남태령 표석이다. 이곳에서 관악산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온온사가 나온다.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시던 객사이자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찾을 때묵던 곳이다. 정조가 ‘편안한 집’이라는 이름을 지어 직접 쓴현판이 지금도 남아 있다. 한양 관문길 끝자락 가자우물에도 정조와 관계된 일화가 있다. 능 행차를 하던 정조가 심한 갈증을 느꼈는데, 이곳의 물을 마시고 물맛이 훌륭하다 하여 정삼품 이상의 품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가자우물의 ‘가자(加資)’ 는 ‘품계를 올려 주었다’는 뜻이다.
온온사 과천시 관문동 가자우물 과천시 갈현동 664-4
제2길 인덕원 옛길
길 따라 애민 정신이 흐르는 곳
안양 인덕원 옛터
소요 시간 – 1시간
조선 시대에 인덕원 주변 마을은 환관들이 모여 살았다. 인덕 원이라는 지명 또한 그들이 어진 덕을 베풀었다는 데에서 ‘인 덕(仁德)’과 이곳에 있던 관리들의 공용 숙박시설 ‘원(院)’이 합쳐져 생겨난 이름이다. 한편, <조선왕조실록>에는 이곳을 지나던 정조가 나이 많은 마을 어르신을 위로하고 고충을 물으며 덕을 베풀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기도 하다. 인덕원에서 학의천을 따라 걷다 보면 제2길의 끝자락, 백운호수에 닿는 다. 1953년에 농업용 저수지로 만든 이곳은 북동쪽의 청계산, 남동쪽의 백운산, 서쪽의 모락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안양시 동안구 관양2동
제3길 모락산길
의왕 임영대군 묘
조선 왕조의 그리움이 서린 곳
의왕 임영대군 묘 · 의왕 사근행궁터
소요 시간 – 3시간 40분
백운호수에서 모락산 자락을 향해 내려가다 보면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의 묘가 나온다. 일설에 의하면, 이 모락산의 이름은 사모할 모(慕)에 서울 이름 락(洛)이란 한자로 쓰이며 이임영대군이 매일 멀리 있는 궁을 향해 예를 올려 붙인 것이라고 전해진다.
임영대군 묘를 지나 의왕 시가지 쪽으로 길을 잡으면 사근행 궁터에 닿는다. 사도세자는 1760년 온양온천으로 향하던 길에 이곳을 방문했다. 그러고는 수십 년 후 상여에 실려 다시 이곳을 지나게 된다. 이때 정조는 마중 나온 노인들에게 쌀을 나눠 주었으며, 이곳에 사근행궁을 지어 사도세자의 능을 찾아갈때 묵고는 했다. 1795년에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찾아 여러 번 식사를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의왕 임영대군 묘 의왕시 내손동 산154-1 / 의왕 사근행궁터 의왕시 고천동 272-2번지
제4길 서호천길
수원 지지대비
수원 해우재
조의 효심이 담긴 고개와 특별한 박물관
수원 지지대고개와 해우재
소요 시간 – 2시간
지지대고개는 정조가 아버지의 묘소인 현륭원에 행차할 때마다 지나던 길목이다. 정조가 아버지를 뵈러 갈 때는 길이 멀다 한탄하고 돌아올 때는 발길을 떼지 못했기에, ‘느리게 넘어가는 고개’라는 뜻의 ‘지지대 (遲遲臺)’ 고개가 되었다. 서호 천길의 첫 자락인 지지대비는 정조의 지극한 효성을 기리기 위해 1807년 지지대고개에 건립한 비석이다.
지지대비에서 지지대쉼터 휴게소 방향으로 걷다 보면 특별한 박물관도 만날 수 있다. 바로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다. 해우 재란 불교에서 화장실을 이르는 말인 해우소에서 따온 이름으 로, 외관조차 변기 모양이라 웃음을 자아낸다. 화장실과 관련한 각종 교육과 전시를 체험할 수 있다.
지지대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산72 / 해우재 수원시 장안구 장안로458번길 9
제5길 종복들길
수원 서호(축만제) ⓒ수원시청
해 질 녘 풍경이 아름다운
수원 서호(축만제)와 향미정
소요 시간 – 2시간
정조 임금은 화성에 사도세자의 묘를 만든 후 그 옆에 신도시 수원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새로 만든 도시에서 논과 밭을 일굴 수 있도록 주변 동서남북으로 인공 저수지를 지었다. 그중 서쪽에 자리한 저수지가 종복들길의 시작인 서호(西湖)다. 현대에도 이곳에는 농촌진흥청 시험장이 자리하고 있어, 풍성한 수확을 염원하던 정조의 뜻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다. 서호는 풍광 또한 유명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 석이 그 평화로운 풍경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으니, 작품을 찾아 보면 더욱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까. 특히 남쪽 향미정에서 바라본 해 질 녘 풍경은 수원 8경으로 손꼽히니 시간 맞춰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어르신을 위한 큰글씨
삼남길 지명 유래
가자우물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찾아가던 정조가 심한 갈증을 느꼈다. 그때 이곳의 물을 마시고 물맛이 훌륭하다고해 우물에 정삼품 품계를 내렸다.
인덕원
인덕원이라는 지명은 이곳에 살던 환관들이 어진 덕을 베풀었다는 데에서 ‘인덕(仁德)’과 이곳에 있던 관리들의 공용 숙박시설 ‘원(院)’이 합쳐져 생겨난 이름이다.
모락산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이 매일 멀리 있는 궁을 향해 예를 올렸던 산이라 ‘사모할 모(慕)’, ‘서울 이름 락 (洛)’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