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많은 사람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언급했다. 책 소개 코너나 블로그와 북리뷰에서도 흑사병에 갇혀 버린 한 도시와 그 속에서 버티는 인간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코로나 시대와 비유하곤 했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철철이 아름답게 모습을 바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알제리의 항구도시 오랑. 꽃이 만발한 4월의 봄날, 쥐의 죽음으로 시작을 알린 흑사병이 도시를 덮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현실을 진단하고 자신의 경험과 의학서적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에 근거해 대책을 세우려는 의사 리외는 행정가와 종교인·예술가들의 반대에 부닥뜨린다.
뒤늦게 당국이 대책을 세우지만 죽어 나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만 가고, 마침내 매주 사망자가 500명에 이르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존엄성마저 사라진 냉혹한 현실에서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겨를조차 없다. 흑사병과의 힘든 싸움이 끝나고 마침내 2월의 어느 날 아침 시청의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연애편지를 쓰거나 레스토랑에 가고 거리에서 성당에서 인사를 건네며 예전으로 돌아온다.
모두가 작고 평범한 일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감회에 젖을 때 의사 리외는 우리의 일상이 언제나 위협받고 있으며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여기서 흑사병과 코로나의 가장 유사한 점을 찾는다면 전염병에 대한 낙천적 혹은 감성적 접근에 대한 경계다. 불행이 닥쳤을 때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되지만 현상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식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전담하는 부처와 의료진, 현장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결코 감성에 젖을 수 없으며 그럴 시간도 없다.
우리가 일상으로의 복귀와 여행, 사랑을 이야기할 때 그들은 그런 데까지 마음을 둘 시간이 없다. 아마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그들은 외상후장애에 시달리거나 하던 일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삶이 달라질 사람은 그들뿐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앞으로의 삶은 예전과 다를 것임이 분명하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이처럼 중요한 사건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첫 번째 태도는 정확한 분석이며, 다음은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토 면적은 약 10만㎢이며, 인구는 5,200만 명이다. 인구밀도로 따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1위이며, 도시국가와 미니국가를 제외하면 방글라데시와 대만에 이어 세계 3위에 이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초저출생 국가이기 때문에 출생률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는 지난 10년간 140조 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2019년 국내 합계 출생률은 0.92명으로 계속 하락 추세다. 정부는 이제 출생률이 아니라 보다 큰 틀에서 인구정책을 세우고 효율적으로 예산을 운영해야 한다.
또 재택근무제와 유연한 출퇴근 시간, 무인포스기나 무인안내기 같은 비대면 시스템과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정보기술 취약자들이나 장애인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과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국민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교환하고 사회적 거리와 위생관념을 철저히 지키면서 마음의 거리를 가까이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은 언제든 지구를 덮치고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일상의 꽃바람이, 사람의 온기가 그리울수록 더욱 이성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