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경기 한바퀴

걸음으로 읽는 시 ‘박두진 문학길’


박두진 문학길은 1940년대 조지훈·박목월 등과 함께 청록파로 활동하던 시인 박두진의 문학 사상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금광호수를 둘러 가는 산책로인 박두진 문학길은 청록뜰에서 시작해 수변데크와 혜산정을 지나 수석정까지 이어진다. 호수와 숲 사이로 난 길 곳곳에는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생각에 잠기기 좋다. 자연을 시에 담아 노래하던 박두진 시인의 작품과 잘 어울리는 장소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사사삭~’ 떨리는 소리와 호수가 찰랑거리는 소리가 모두 느껴진다.
박두진 시인의 시 오‘ 월에’는 이 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푸른 한 점 구름도 없이 개인 하늘이 호수에 잠겼습니다”로 시작하는 시다. 산책하며 탁 트인 호수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시의 문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 박두진 문학길을 걷노라면 시의 문장이 더욱 살아 움직인다.
산책을 마친 뒤 시인 박두진이 더 궁금해진다면, 박두진문학관으로 향해도 좋다.
박두진 문학길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박두진문학관에는 박두진 시인의 유품과 작품이 전시돼 있다.
주소 안성시 금광면 오흥리 산72-5

청춘이 우리에게 바치는 집 ‘기형도문학관’


기형도문학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형 쇼핑몰을 둘러가야 했다. 커다란 건물 뒤로 현대적인 외관의 문학관이 눈에 띈다.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시인이라 평가받는 기형도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다.
기형도문학관은 총 3개 층과 옥상으로 구성돼 있다. 1층 전시실에는 기형도의 유품과 작품 등이 전시돼 있으며, 2층에는 북카페, 3층에는 강당과 체험실, 옥상에는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다. 현재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체험 전시는 운영하지 않는다.
전시실은 총 8개의 테마로 정리돼 있다. 시인 기형도를 소개하는 1전시관부터 7전시관까지는 시인의 생애를 따라 구성되며 상설 전시공간이다. 8전시관은 기획 전시가 진행된다. 유년 시절 기형도가 받은 상장부터 등단, 활동,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전시다. 단지 작품과 유품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청음기, 영상실, 필사 체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형도를 느낄 수 있다.
기형도문학관은 한 청춘의 일생으로 만들어진 집이다. 29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시인 기형도. 영원한 청춘으로 기억되는 그의 흔적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
주소 광명시 오리로 268

소나기가 지나가는 마을 ‘황순원문학촌


우리나라 사람 중에 황순원 선생의 소설 「소나기」를 만나지 못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야말로 ‘국민 소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양평에 차려진 황순원문학촌은 소설 「소나기」의 배경을 재현해 놓은 테마파크다. 넓은 마당에 오두막 몇 채와 졸졸 흐르는 시냇물, 마치 소설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정오가 되면 마당에 설치된 살수대에서 물이 분사된다.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을 재현한 것. 인공 소나기에도 아이들은 마냥 신나서 물을 맞으러 뛰어간다. 반면 어른들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오두막에 몸을 숨기기 바쁘다. 그 모습이 제법 보기 좋다.
마당을 지나면 황순원문학관이 마련돼 있다. 문학관 1층 전시실에는 소설가 황순원의 유품과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2층 강당에는 영상 자료가 있다.
문학관 옆 뜰에는 황순원 묘역을 시작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문학촌을 둘러 난 길은 성인 걸음으로 약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산책로 중간중간 오두막과 의자가 있어 천천히 쉬면서 걷기도 좋다. 서정적인 황순원의 글과 조용한 산책, 종종 터지는 소나기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인 황순원문학촌을 여행하며 감성을 채워 보는 건 어떨까.
주소 양평군 서종면 소나기마을길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