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청년 공동체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로의 변화를 이끌다 의왕 청년의 목소리를 모으는 ‘청년의왕’

윙스팜에서 꽃을 심는 봉사활동을 하며 ‘해바라기 축제’를 준비 중인 청년의왕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들이 가방에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는 장면을 보며, 테블릿 PC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의 시작은 일상의 작은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였다. 여기 의왕에도 도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청년들이 있다. 도시 문제에 스스로 찾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공동체 ‘청년의왕’이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사소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목표는 의왕시를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화창한 토요일 오전 ‘청년의왕’ 이영종 대표를 만나기 위해 왕곡동의 에코체험스쿨 윙스팜으로 향했다. 농장에 들어서자 이영종 대표와 강승구·한병석 씨가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맞이한다. 이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꽃을 심고 있었다.
“이런 일들을 하는 동력이 뭐냐고요? 이게 사실 돈이 되는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런 일을 하는 게 재미있어요. 우리가 사는 의왕시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문제를 해결하는 의왕의 청년들
청년의왕은 지난해 의왕시에 사는 청년 문제를 찾고, 정책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젝트 ‘답답한 청년들’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40명 내외의 청년을 모아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점점 심해지더라고요. 청년의왕의 브레인이자 IT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강승구 씨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죠.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자고요.”
온라인으로 프로젝트를 전환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의왕시 청년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었다. 의왕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질문은 의왕시 청년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청년들을 직접 만나기 어려우니,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했어요. 그때 떠올린 아이디어가 QR코드를 사용하는 것이었죠. QR코드를 포스터로 만들어서 의왕시 전역에 붙였어요. 처음에는 50명 정도만 참여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무려 800여 명이나 되는 시민이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셨어요. 그만큼 많은 청년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거죠.”
답답한 청년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총 818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그중 의왕시에 소재를 둔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은 664명이었다.

의왕 지역에서 나타나는 청년 문제에 대해 청년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청년의왕

도시를 바꾸기 위한 토론
청년의왕이 생각한 의왕시의 청년 문제 중 가장 중요한 주제는 주거, 일자리, 복지 등이었다.
“의왕시에는 1인 가구가 30% 정도 차지하고 있어요. 굉장히 높은 수치죠. 1인 가구에 맞는 주거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또 다른 문제는 일자리와 문화, 복지였어요. 대표적으로 의왕시에는 영화관이 없어요. 일자리도 부족하고 문화생활을 즐길 장소도 없으니까, 점점 도시가 베드타운(Bed Town)으로 돼 가는 거예요. 대부분 청년이 여기선 잠만 자고 생활은 다른 도시에서 해요. 그래서 처음 이 프로젝트를 할 때 일자리와 문화, 복지에 초점을 맞췄죠.”
프로젝트를 시작할 즈음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새로운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일명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집단 우울 증세였다. 청년의왕은 이 또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 청년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요즘 청년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해요. 우리 주변에도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복지나,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정신건강도 무척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청년이 정신과 진료를 받기에는 비용이 무척 비싸거든요. 청년이 좀 더 쉽게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지막 토론 주제로 정신건강을 넣었죠.”
답답한 청년들 프로젝트의 토론 주제는 의왕시의 청년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어지간한 애정을 갖지 않고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지역의 문제를 찾고, 답을 스스로 고민하는 청년이 있다는 사실은 도시의 큰 자산이다. 이들이 토론하고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이 발을 딛고 사는 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것. 이영종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메시지를 전했다.
“의왕시에는 재능이 있는 청년이 많아요. 청년의왕 활동을 통해서 청년들이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