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화장품, 천연재료, 천연먹거리 등등 언제부턴가 ‘천연’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고 저절로 이루어진 자연 그대로의 상태’는 환경에 이로운 착한 소비를 추구한다. 자연히 내 몸에도 좋을 것이다. 이번 가을, 좀 더 건강한 미래와 예쁜 피부를 위한 천연비누 만들기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천연비누와 화학비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글리세린’ 함유 여부에 있다. 천연비누 제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글리세린은 피부 보습에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특유의 부드러운 성질 때문에 비누의 경도를 낮춘다. 이는 곧 유통과 보관의 어려움을 야기하기에 시중의 비누에는 글리세린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쓰는 목욕용품이나 화장품에는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하고 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계면활성제가 포함된다. ‘합성계면활성제’란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해 주는 합성물질로, 물에 잘 녹지 않고 독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본래 기능인 때를 제거하고도 피부에 남아 피부막과 각질의 지방을 녹인다. 이렇게 손상된 피부는 세균·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을 수 없어 염증이 생기거나 습진과
발진에 걸릴 위험이 높다.
좋은 천연비누 만들기는 좋은 재료를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지성·건성·민감성·아토피 등 자신의 피부에 맞는 천연재료(분말과 오일)의 활용, 그 외 비누를 만들 때 쓰이는 각종 도구에 대해 미리 알아 둬야 한다.
비누 베이스, 글리세린, 천연분말, 천연에센셜오일, 비누 몰드는 천연비누를 만드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이다. 여기에 비누 베이스를 자를 칼과 계량기 그리고 중탕용 냄비가 필요하다.
여드름 피부일 경우 항균성이 뛰어난 청대를 이용한 비누를 만드는 것이 좋다. 비누 베이스에 청대가루와 글리세린을 넣고 마지막 단계에서 티트리오일 4~5방울을 첨가해 주면 피부 진정 효과가 높아진다. 어성초 분말은 모든 피부에 다 좋다. 민감성 피부, 트러블성 피부, 가려움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 쪽 분말은 지성 피부에 좋고 여드름 완화 효과가 있다.
천연비누 제작 방법은 녹여 붓기(MP)와 저온 숙성법(CP)이 대표적이다. 처음 만드는 경우라면 주물럭 비누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비누 베이스가 반죽 같아서 가열 없이 재료만 함께 섞어 주면 훌륭한 천연비누가 완성된다.
MP는 비교적 만들기가 간편하며 바로 사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중탕으로 베이스를 녹인 다음 혼합재료를 넣고 틀에 부어 식히면 끝.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
천연비누 만들기의 대표적 방법이다. 각각의 재료마다 용량을 정확하게 측정해서 넣어야 균일한 비누를 만들 수 있어 까다롭다. 그만큼 만들기 어렵지만 효능 면에서 MP보다 우월하다. 팜, 코코넛, 올리브 등 피부에 맞는 오일을 녹인 다음 가성소다용액을 혼합한다. 계속 저으면 조금씩 굳는데 거의 굳을 때쯤 혼합재(분말, 오일)를 넣는다. 완전히 굳기 전에 틀에 넣고 1~2일 정도 있다가 틀에서 꺼내 4~8주 정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숙성시켜 준다
A 비누를 만들 때 오일 구성 성분에 밀랍, 스테아르산, 코코아버터 등을 넣으면 비누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완성된 비누는 4~8주 이상 충분히 건조해 주며, 비누 홀더 역시 물빠짐이 좋은 것을 사용한다.
A 각각의 오일은 끓는점이 다르듯이 고체화 온도도 모두 다르다. 팜오일과 코코넛오일은 한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고체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는 오일 자체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다. 굳어 있는 오일은 용기 뚜껑을 열어둔 채로 중탕으로 녹여 사용한다.
A 저온법 비누는 유산지나 필름지 등을 깔고 비누액을 붓는다. 또 완전히 굳기 전에 꺼내 좀 더 건조한다. 녹여 붓기 비누는 냉동실에 30분 정도 보관한 후에 꺼내어 살살 녹여 가며 빼면 잘 빠진다. 이때 비누가 덜 건조됐거나 무른 상태라면 완전히 건조해 빼낸다.
A 휘발성이 강한 에센셜오일은 시간이 지나면 그 향이 증발한다. 하지만 향이 없다고 허브나 오일의 효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일은 비누액의 온도가 50도 미만일 때 첨가하는 것이 좋다. 완성된 비누 역시 랩으로 꼼꼼히 포장해 두는 센스가 필요하다.
A 비누 베이스를 너무 높은 온도에서 녹이면 생기는 현상이다. 애초 끓을 정도의 가열을 피하며 중탕 시 그릇 안에 찬물을 첨가해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방지한다. 몰드에 비누액을 부은 뒤 신속하게 에탄올을 뿌려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거품이 굳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