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同苦)하고독락(獨樂)하자

우리나라의 야간통행금지제도는 광복을 맞은 1945년 9월 8일 미군이 주둔한 직후에 미군의 ‘일반명령’으로 시작됐다. 경성·인천 두 지역에 대해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5시까지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이후 시간대가 변동을 거듭하며 1982년 초까지 이어졌다.
40년 가까이 이어진 ‘통금’에도 국민들이 불만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는 준전시 상태에 대한 암묵적 양해가 마음속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릴 적에 일단 통금이 시작되면 온 세상천지가 움직임 없이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부의 강제적 시간 규율은 술집이 몰려 있는 번화가에 밤 11시부터 12시까지 극심한 ‘귀가전쟁’을 일으켰다. 막차를 타기 위한 달음박질, 택시 합승과 새치기 등 귀가를 향한 몸부림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그러한 통행금지가 성탄절, 부처님오신날, 연말연시와 같은 특별한 날에는 예외였다. 이런 날이면 서울의 명동이나 종로 같은 번화가는 자유를 만끽하려는 청춘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통행금지가 해제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촘촘한 방역망 가동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갑자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로 인해 8월 3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수도권에서 시행됐다. 접촉 최소화를 위해 밤 9시가 넘으면 배달과 포장을 제외한 식당영업이 금지됐다. 밤 9시 이후 경기·서울·인천의 수도권은 ‘코로나19 통금(通禁)’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고동락(同苦同樂)에서 동고독락(同苦獨樂)으로 변화가 온 것이다. 이제 어려움 극복은 같이해도 즐거움은 혼자서 추구해야 한다.

문밖은 위험하다고 하니 가급적 회사나 집에 머물고, 여럿이 모이는 자리는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라도 피하고, 혼자 놀고 즐겨야 한다.
마음의 안식처이자 휴식의 공간인 집에서 배달문화를 즐기고, 시장을 주도적이며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홈족(Home+族)이 돼야 한다. 각박한 현실에서 탈출해 집을 쉼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미는 ‘홈스케이프(Home+Escape)’,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홈캉스(Home+Vacance)’, 실내 텃밭 등을 정원 삼아 꾸미는 ‘홈가드닝’ 등은 시대가 권하는 문화가 됐다. 그리고 어느덧 9월, 가을의 시작이자 독서의 계절이다. 코로나19로 힘들지만 집에서 읽어 내려가는 책 한 줄 한 줄에 마음의 양식을 쌓아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나 더! 이 모든 것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 가면서 해야 한다. 올바른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한다. 손 씻기는 비누로 구석구석을 닦아내야 한다. 날씨가 덥다고, 불편하다고 입 또는 턱만 가리는 ‘코스크’나 ‘턱스크’는 세균의 침입을 막을 수 없어 건강에 좋지 않다. 코와 입을 확실히 가려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금 힘들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운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혼자 노는 법을 배워야 한다. 혼자 식사를 하고 혼자 차를 마시며, 집에서 혼자 영화감상을 하거나 홈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좋고, 홀로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싶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우리 모두 같이 고생하지만 혼자 즐기는 동고독락(同苦獨樂)으로 지내보자.

양운석 의원
더불어민주당, 안성1
안전행정위원회 위원
간행물편찬위원회 위원장